휫비(Whitby)는 브람스토커가 드라큘라의 영감을 얻은 곳이기도 하고,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며, 항구도시로 일찍이 발달했던 도시이며, 캡틴 쿡으로 유명한 도시. 그리고 언덕 위에 마을을 내려다보며 서있는 휫비애비로 유명한 도시이다. 아니 마을이랄까.
요크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20분 정도를 달리면 도착하는 마을이다. 이렇다할 산이 없기 때문에 휫비 근처에 가면 언덕위에 서 있는 휫비애비가 멀리서 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요크 기차역 앞 버스정류장에 coastliner 840번이 서는데, 하루에 차편이 많은 편은 아니다. 요크에서 당일치기로 갔다 올 수는 있으나, 10시 버스를 타고 휫비에 떨어지는건 1시가 다되서이고, 휫비에서 요크까지 오는 버스의 막차는 3시에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휫비를 구경하기는 참 팍팍한 시간이다. 부지런을 떨어 7시인가 8시 버스를 타면 좀 더 넉넉히 볼 수 있을 듯하다. 난 전날 더럼에 갔다오고 아직도 하드리아누스 성벽의 악몽이 가시지 않아서 늦장을 부린 덕분에 2시간동안 휫비를 보겠다며 뛰어다녀서 토나오는 줄 알았다.
휫비에 떨어지니 12시 45분, 마지막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3시 6분 아무리 많아봐야 2시간이고, 제 아무리 휫비애비만 보면 된다라는 마인드였다고는 하지만 정말 여유가 없었다. 항구 도시이니, 어쩐지 꼭 피쉬앤칩스를 먹어야만 할 것 같은 사명감에 불타올라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휫비 애비까지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물론 올라가는 길 중간에 장이 서가지고, 배도 고프고 해서 먹을거 구경하느라 잡아 먹은것도 있지만. 잘 펴지지도 굽혀지지도 않는 다리로 휫비애비가 있는 언덕까지 뛰어 올라갔다. 생각보다 높고, 뭣보다 날씨가 구름한점 없이 좋은 파란 하늘의 날씨라 오지게 더웠다. 게다가 옷도 좀 따듯하게 입은편이었고.
표를 사고 기어기어 올라간 휫비애비는 뛰어올라간 보람이 있음과 동시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새벽에 일어나 더 이른 시간 버스를 탈껄!!! 하고 후회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정말 정말 정말 멋졌다! 부셔진 사원이기 때문에 음산하게 안개라도 깔리길 기대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분위기가 안 살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했더니, 왠걸! 날씨가 좋으니 그건 그대로 화려하고 예쁜 맛이 있더라. 남아 있는 돌기둥이나 창이나 이런걸로 보았을 때, 굉장히 예쁜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사원이었을 것 같다. 지금도 너무나 예쁜건 사원 주변에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오리가 있고, 물웅덩이도 있고, 저편으로는 바다가 펼쳐져있고..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딱 하나 거슬리는게 있었다면, 역시나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잔디를 깍는 날이었다는 점.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데, 옆에서 위~~윙 거리는데 신경인 안쓰일 수가 없었다. 무너진 사원인데, 참 예쁘게도 남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미창 부분도 남아 있고, 창 틀 부분도 남아 있고, 회랑부분도 잘 남아 있어서 게다가 모자이크(?) 처럼 돌의 색이 교차되서 남아 있어서 (이런걸 노르만 사원의 양식이라고 하는것 같던데 자세한건 모르겠다) 충분히 원래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시에나의 성당만큼은 아니더라도 화려한 성당이었을 것이다.





휫비애비에서 그렇게 부지런히 듣고, 사진찍고, 보고, 하니 벌써 2시!! 빨리 나가서 피쉬앤칩스를 사 먹어야 해!! 그리고 마을 구경도 해야되!! 라는 생각에 부지런히 언덕을 내려갔다. 와중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교회도 들어갔다 나왔다. 무덤들이 교회 주변으로 언덕에 쫙~ 악하고 펼쳐져 있는데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있는 교회와 무덤들이라 ... 이 많은 무덤 중 한 곳에서 브람스토커가 드라큘라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오래된 교회이다 보니 보수, 증축 공사한 흔적이 보이는 교회여서 역사를 보여주는것 같았다. 기부금을 내고 설명을 부탁하면 투어도 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먹을거에 눈이 팔려 한번 스캔하고 언덕을 뛰어내려갔다. 도중에 올라가다 쉬시던 할머니께서 뛰어내려가다 삐끗하는 나를 보시고선 '조심해야지- 어머~ 레깅스가 참 예쁘네, 뭐가 저리 바쁠꼬~' 라며 옆에 계신 할머니와 수다를...허허허.
요크나이트 워킹투어처럼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도시니 만큼 역시나 나이트 투어 프로그램이 몇개 눈에 보였다. 그러나 나는 3시차를 타고 요크로 돌아가야 할 사람. 급히 아까 봐두었던 피쉬앤칩스 가게로 들어섰다.



"Siggy Fish&Chips" 200년도 더 된 음식점인데, 처음부터 피쉬앤칩스가게는 아니였다. 호텔의 식당이었는데 이후 피쉬앤칩스가게로 바뀌었단다. 식사시간을 애매하게 비켜간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으나, 줄을 서서 먹을 정도니 맛은 이미 >_<
작은 골목에 있고, 작고 허름하지만 갓 튀겨주는 피쉬앤칩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칼라일에서도 먹었지만 뭔가 달라. 그냥 똑같이 생선을 튀긴것 뿐이데 뭔가 달라!!! 하면서 뜨거워서 어쩔줄 몰라하며 그 많은 걸 다 먹어 치웠다. 아줌마가 기특하게 보셨다는.. 나보다 먼저 나간 부부는 너무나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나도 너무나 행복하게 먹었기에 정말 맛있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렇게 달리면서 본 휫비라, 마을 자체는 제대로 본게 없다. 그냥 오래된 도시라 구불구불한 작은 길에, 아기자기한 집들이 언더에 촘촘히 박혀 있었던 기억 뿐. 휫비언덕 반대편 언덕엔 새로지은 호텔이 서있고, 밑으로는 바닷가 사장의 펼쳐져 있다. 요크셔에 사는 영국 사람들에겐 좋은 휴향지 일듯 싶다.
영국에서 가본 도시/마을 중에 제일 아쉽고, 제일 행복하고, 제일 마음에 들었던 도시였다. 다음에 진짜 제대로 진득하게 구경해야지. 애초에 휫비에서 하룻밤 잘려고 했었던 내 계획을 떠올리며.. 고작 교통비에 이 멋진 도시를 이렇게 보다니 하고 돌아가는 버스에서 눈물 좀 흘렸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본 Hole of Horcum과 Goathland도 다시 와야 겠다는 생각에 불을 지판 곳중 하나긴 했다.




coastliner 840 - day return : 12파운드 (york to whitby)
(coastliner 버스는 기간별 정기권 종류가 다양하니 요크지방과 무어스/데일즈 국립공원 여행은 버스로도 가능할듯 싶다)
whitby abbey 입장료 : 4.90 (student) - 무료 오디오 가이드
Siggy Fish&Chips : 피쉬앤칩스 5파운드, 단품들은 1.5~4 사이.



덧글
너 블로그 보다가 생각한건데
서양 나라들은 묘지가 사람 사는 데랑 붙어있는게 많은거같애
안무서운가봐
교회/성당에 묻곤 했으니 가까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원래는 선산이나 동네 뒷산에 묻곤 했으니, 먼 편은 아니지 않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