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30 21:47

부러움 지껄임


 주로 내가 좋아하는 밴드, 뮤지션들은 노장들이 대부분이고, 이미 세상과 등을 진 사람들이 많다.
 물론 스톤즈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도 건재함을 과시하며 2-3년에 걸친 월드투어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 뮤지션들의 살아 있을 때 혹은 최전성기의 영상이나, 노래, 일화 등을 보면서 늘 그 동시대에 살았었으면 하는 생각이 뒤 따른다, 지금은 나의 윗세대일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다. 격동, 혹은 열정의 시대를 함께 살았고, 어마어마했다는 공연장에 함께 있었으며 생생하게 그들의 모습을 보아왔던 세대에 대한 부러움. 비단 이건 뮤지션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물론 그들이 남긴 업적에 대한 내 나름의 정의나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도 좋지만 서도 그래도 느끼고 싶다라는 욕구가 일순위 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나 보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물론 그가 나보다 십년은 앞서 있지만) 뮤지션 중에서는 태지가 있다. 해외팬질의 어려움과 비등할 정도로 태지팬질도 힘들다. 워낙에나 다음 음반 준비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도 있고, 그 간에 공연을 틈틈히 하는 것도 아니기에 비활동기, 즉 그가 앨범을 준비하는 기간동안은 거의 목말라 있다. 그 갈증을 때로는 작은 라이브 클럽에 들리거나, 내한하는 꽤 큰 밴드들 공연에서 풀기도 하지만..

 내가 태지팬질을 시작한건 7집. 04년. 00년 6집을 들고 그가 돌아 왔을 때는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 뿐이었다. 그의 6집 활동 중에서 난 단 한번, 평화 콘서트에 간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 할지라도 9시 뉴스에도 한국에 돌아왔다는 뉴스가 나는 인물이다 보니 그에 관한 뉴스를 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평화 콘서트때 순전히 공짜 표가 생겨서 간거 였기 때문에 그때 까지만 해도 태지의 노래중에서는 끽 해봐야 '울트라맨이야' 정도만을 알고 있었다. (기실 난 스콜피온즈쪽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라운드 석에 앉아서 (그리 앞도, 그렇다고 아주 뒤도 아닌 위치) 유유히 관람할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었다. 마치 그곳 그라운드에 있는 모두가 태지 팬이라도 되느냥 갑자기 일어나자마자 헤드뱅은 물론이오 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램을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였다. 사람들의 기립에 키가 작은 난 의자에 올라가 볼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스텝의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또 한번의 충격은 그 스텝에게서 였다. 나에게 자리에 앉으라며 위험하다는 스텝은 내 앞줄에서 사진을 열심히 찍던 사람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있었다.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오, 대략 혼돈 그자체 였다. 그 스텝 (분명 알바였겠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더니 갑자기 에라 모르겠다라는 식으로 '저 태지매니아에요' 라는 말을 온 몸으로 발산했다. 주의를 주다가 자포자기 하고 통로에서 헤드뱅을 하기 시작. 아아.. 공연이 보고 싶었는데 표를 미처 구하지 못해서 스텝으로 들어 왔거나, 무대 뒤에 배치 될걸 기대하고 스텝으로 들어갔거나, 아니면 우연찮게 태지매니아면서 스텝이었거나....

 공연이 끝나고 모든 출연진이 무대위에 올라와 인사겸 다같이 노래를 불렀던걸로 기억한다. 그때 역시 태지가 등장하지 않았고, 매니아들은 연신 '서태지'를 외치기 시작했다. 엄청날 정도의 파워로 아랑곳하지 않고 즐기던 태지매니아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태지를 찾고 있었다. 결코 좋은 이미지는 아니였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잠실경기장을 빠져나오는데, 저쪽 구석에서 '놀다가 놀다가' 하며 외치고 있는 노란손수건들이 보였다. 태지매니아들이었다. 공연 이후에 누가 주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서태지' 라는 이름의 석자가 구심점이 되어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은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인 '서태지의 음악' (서태지는 없었으니까)으로 하나가 되어 놀고 있었다. 

 엄청난 화제를 뿌리던 태지였고, 그런 화제는 늘 옹호 하는 입장과 그를 음해(?)하려는 입장으로 나뉘기 마련이며,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옹호 하는 입장보다는 음해하려는 입장을 먼저 접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어떤 연예인에 대한 옹호하는 입장은 그를 맹목적으로 두둔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논리적으로 보이기 마련이고, 때로는 무섭게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직은 '매니아' 혹은 '팬' 까지의 굴레 속에 들어 있지 않았던 난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비판하는 쪽의 입장을 먼저 접하게 되었고, 그쪽 입장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들의 논리는 표절이니 문화 사대주의니 뭐니 하는것이 대부분이었고, 아무런 음악적 지식이 없는 나에게는, (00~01년, 음악을 들은 경력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에) 그들이 올려논 일련의 자료들을 보며 긴가민가 했었다.

 직접 접한 태지매니아들의 끔찍할 정도로 새로운 공연문화와, 세간에서 말하는 그들의 맹목적 태지사랑의 이미지는 뭐랄까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물론 그 둘다 어디까지나 '태지를 좋아하니까'에서 비롯 된거지만. 태지가 없어도 있는 듯이 놀 수 있다라는 점에서는 그들은 이미 태지라는 존재를 단순한 '구심점'으로만 치부하고 그 존재를 뛰어 넘은 것처럼 보였다. 그에 반해 맹목적 태지사랑에 대한 이미지는 태지라는 존재를 뛰어 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 후로 02년 ETP 페스티벌, 한맺힌 관람(태지를 보지도 못했다)과 04년 7집컴백후 나도 '태지매니아' 라는 집단에 자발적으로 수용 되었다. (서태지가 어떠한 사람이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난 지금 그가 창조해내는 모든것들이 너무나도 좋다. 좋지 않은 인식이 있다 하여도, 내가 좋으면 그것 마저 별거 아니게 되어버리는게 사람 마음 아니던가. 정말 말그대로 '내가 좋으니까 장땡!')

 그리고 나서 접한 6집때의 태지 매니아들의 활동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 라는 영화의 메이킹 핌을 본적이 있다. 그 영상 안에는, 세간에 맹목적 사랑으로 비춰 보이는 사건들의 사정이 담겨 있었고, 그 시간을 함께한 매니아들의 모습이 있었다. 나에게도 새로웠던 공연문화는 그 당시에 그들에게도 너무나 새로운 문화였고, 그것을 수용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담겨 있었으며, 거기서 한단계 나아가 사회의 폐단 (대중문화-특히나 대중음악-에 국한되었지만)을 바로 잡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담겨 있었다.

 그 안에 있던 그들의 노력은 시민단체의 노력과 닮아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했지는 않다. 다만 그들의 이름은 태지로 엮인 인연들이었기 때문에 '태지매니아'였고, 그것이 세간에는 맹목적 사랑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그 누구도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일까?) 만일 그때의 이들의 일련의 운동이 (사건이) '서태지'라는 타이틀을 뺀 단체가 되었다면 많은 사람들은 대중문화의 폐단을 바로 잡기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 즈음으로 보였을 런지도 모른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손 하지만, 그건 태지에게 관련된 사건이 터졌기에 그들이 움직인것이었다. 수동적으로 촉발되서는 능동적인 결론을 맞이하였다고나 할까.

 과거에 있었던 '치열한 사건들'을 접할때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수용' 되었었더라면 나도 저 안에 있었을까? 라는 의구심을 품기도 하고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비록 머리가 아프고, 많은 사람들의 질타와 눈초리를 받았었지만, 얼마나 재밌었을까, 얼마나 뿌듯했을까, 그런 부러움. 다른 사람들이 알아 주지 못한다 하여도 내 기준에서 올바른것을 해냈다는 뿌듯함.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뿐이다.

 '내가 만일...' 이라고 생각할때마다 늘 좌절한다. 난 그 당시에 초등학교 6학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간 1학년 생이었기에 저 곳에 있을리 만무하다는걸. (집도 서울이 아니었고) 부모님이 허락했을리 없잖아~?!

 덧. 가만히 생각해보면, 7집때도 난 한맺힌 팬질을 했었던걸로 기억한다. 이제 쫌 자유로워 졌는데 8집은 재밌게 좀 팬질해보자.

덧글

  • 오즈 2007/11/16 10:29 #

    글 잘읽었습니다.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 저도 보았는데 ...정말 한맺힌 팬질이었죠...